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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자락에서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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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영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93회 작성일 17-01-0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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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산자락에서 / 김영채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산에 오르면 마음도 차갑고 쓰리게 아파져 온다. 휑하니 빈 가슴을 더 아프게 자극한다. 그러나 흰 눈 덮인 겨울 산은 그렇지 않게 느껴진다. 눈 덮인 산은 포근한 안식처와 같다. 어릴 때 포근히 안긴 어머니 품속과 같은 겨울 산이다. 

   눈 쌓인 산에 오르다 보면 나무마다 눈꽃을 피워 찬 바람결에 흔들리는 자태를 드러낸다. 키 작은 나무는 엷은 눈꽃을 잔가지에 피워내고, 쭉 늘어진 소나무는 탐스러운 눈꽃을 안고 반짝이는 웃음을 지어본다. 떡갈나무도 메마른 잎 사이로 작은 눈꽃을 자랑처럼 뽐낸다. 참나무 가지들은 쭉쭉 긴 팔 벌리듯 눈꽃을 높게 받치고 신화 속 거인처럼 웃는다. 나무마다 제각각의 뻗어가는 줄기가 얽힌 듯 하늘 쪽으로 향해 자연스럽게 엮어가는 형상이 오묘한 조화처럼 보인다. 눈 덮인 바위들도 짧고, 넓은 눈꽃들을 다소 곶이 안아 펼쳐 놓는다. 산등성이를 타고 이어지는 하얀 산들은 겨울 속에 조용히 침묵하고 있다.

   겨울 산은 영혼의 안식을 찾아 헤매다 묵상하는 내 마음처럼 잠잠한 침묵 속에 잠겨 들고, 겨우내 잠자는 생명을 보듬어 안고 긴 동면의 시간을 포근히 감싸며 다가올 봄을 꿈꾸어가고 있다.  

   묵상에 잠긴 겨울 산에는 가깝고, 멀리서 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매서운 바람이 스쳐 갈 때마다 벌거벗은 나무들의 가지가 흔들린다. 바람은 크고 작은 나뭇가지에서, 산 능선을 넘어 골짜기 계곡을 휘돌아 가면서, 소리를 낸다. 현악기 소리처럼 현에서 울리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음이 울려온다. 비발디의 겨울이 섬세하게 가슴 메도록 울려오는가 싶으면, 고즈넉이 울려오는 가야금, 거문고, 아쟁 소리로 나를 잔잔한 심연으로 이끌어 간다. 몸통이 크고 키 큰 소나무나 굴참나무, 자작나무에 기대어 귀를 가만히 대보면 목관악기의 소리가 울려온다. 긴 울림과 경쾌한 음들이 내 마음을 맑고 청명하게 눈 뜨게 한다.

   또한 눈 덮인 겨울 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악기에서 들을 수 없는 또 다른 바람, , 나무, 바위, 계곡에서 간간이 울리는 소리는 하모니처럼 산속의 숨결로 들린다. 그 소리는 겨울 산만이 간직한 자연의 소리, 인간의 깊은 내면에서 들을 수 있는 순수한 영혼의 소리일 것이다. 이런 소리를 듣고 싶어서 눈 덮인 산, 하얀 눈 내리는 겨울 산자락을 오르고 싶어 한다.  

   세월의 무게만큼 굽이진 소나무처럼 중년을 한참 넘겨버린 나를 뒤돌아본다. 뭔가 헤매는 내 영혼과 가까이 있는 겨울 산, 하얀 눈들이 아름답게 빛나는 산에서는 묵시의 언어들이 바람을 타고 말없이 속삭인다. 눈 쌓인 숲속 길을 뿌드득뿌드득 소리와 함께 발자국을 남기며 걷다 보면 작은 산새들이 날갯짓하다가 쏜살같이 숨는다. 하얀 눈가루가 숲 바람에 날린다. 은빛 분말처럼 작게 스민 햇살이 빛난다. 눈이 부시다. 그때 하얀 눈빛같이 눈부시게 빛을 발하며 나타나는 빛줄기, 하얀 천을 휘감은 의상으로 언뜻 스치며 속삭임처럼 들려주는 바람 소리, 들릴 듯 말듯 숲속의 소리가 쉬 사라진다. 알 수 없는 숲길의 상념이었고 느낌이었다 

   그러나 뭔가 숲 바람의 손길이 닿은 마음은 평온하면서도 행복감이 젖어온다. 숲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다 보니 노을빛 하늘이 서서히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해거름 골짜기를 타고 어느 산사에선가 목탁 소리가 나직이 미끄러지듯 퍼져가고 있다. 이 산에 마음을 다시 비워 놓으라는 속삭임 같은 소리로 들려온다.

   눈 덮인 산은 휴식하는 생명의 보금자리이다. 산에서 풍기는 따스한 체온으로 벌거벗은 나무들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기도 하고, 숲속 크고 작은 나무들의 온풍처럼 푸근히 감싸준다. 숲속에서 동면하는 동물들이나 작은 곤충들까지도 눈 덮인 산은 더할 나위 없이 삶의 안식처이다. 매섭고 추운 겨울에 깊은 잠에 빠진 생명은 다가오는 봄을 기다림으로 꿈꾸어가고 있다. 동면하는 산은 침묵의 봄을 잉태한 채, 이 땅에 살아온 젊은 엄마처럼 산고의 진통을 이겨내고 있다.

   첫 생명인 봄이 태어나면 온 산야에 화사한 꽃들을 만발하게 피울 것이다사랑스러운 생명이 소생하는 황금빛 땅에, 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같은 아름다운 꽃들이 봄을 희망의 화신으로 우리 곁에 몰고 온다오는 봄은 힘든 삶 속에 축 처진 우리네 가난한 마음마다 희망의 꽃망울을 활짝 터트린다. 겨울 산자락 끝에 서서 나에게 밀려오는 안식처 같은 평온함을 안아본다. 산허리 계곡마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줄기 따라 봄의 소리가 졸졸 맑게 들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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