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對話 엿들은 소금장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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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白民 이학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50회 작성일 17-07-28 22:12본문
귀신 對話 엿들은 소금장수 이야기
白民 이학주
담력이 제법 센 소금장수가
소금 팔러 다니다가 해가 저물어
산모퉁이 어느 묘지 옆에서
하룻밤을 지새게 되었다.
자정(子正)이 좀 지났을 때
묘 안에서 하얀 할멈귀신이 툭 튀어 나오더니,
할아범귀신을 부르는 것이었다.
"여보 영감 어서 나오슈.
오늘이 내 제삿날 아니유?
큰아들 집으로 제삿밥 먹으러 갑시다."
할멈귀신의 부름을 받고 선잠에서 깨어난듯
하품을 하며 묘에서 나온 할아범귀신이
마눌귀신 손을 잡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새벽닭이 울기 직전 돌아 온 두 귀신이
나눈 이야기를 소금장수가 우연찮게 엿듣게
되었는데, 내용은 대충 이런거 였다.
귀신부부가 제삿상 받으러 큰아들 집에 갔더니
큰아들 식구는 아무도 없고,
안방에 달랑 밥 두 그릇만 차려 놓은 채
큰 며느리의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편지 내용은 이러했다.
<아버님 어머님 죄송합니다.
오늘이 어머님 기일(忌日)이 오나,
살림이 궁색하여 제사를 제대로 모시기 어렵자
작은집에서 젯상 차리고 저희들더러 오라고 해서
작은집으로 갑니다.
너무도 섭섭하여 밥 한그릇 올리고 가오니
소례(小禮)를 대례(大禮)로 받으시고 흠향하소서>
이 편지를 읽고 할아범귀신은
생각없이 작은 아들집에 갔다가 왔고
할멈귀신은 큰며느리가 차려 준 밥 한 그릇을
흠향하고 돌아와서 부부귀신이 나눈
그간의 이야기는 이런 내용이다.
할아범 : "나는 작은애 집에 가서 잘 먹고 왔수
그런데 작은집에서 제사 지내며 풀이 죽어있는
큰애들 식구 보기가 딱합디다"
할멈 : "작은아들놈이 괫심해서
나는 그 젯상 안받았수.
제가 잘 살면 못사는 제 형을 도와 줄 일이지
제놈이 잘 산다고 형을 무시하고
오너라 가너라 해?
괫심한 것 내가 화가 나서
돌아오는 길에 작은놈집 들러
손주놈을 끓는 물 솥에 빠뜨려 놓고 왔수"
할아범 : "저런저런 그래서야 쓰나?
손주놈이 무슨 죄가 있다구 그런 몹쓸 짓을 해?
그나 저나 손주놈이 몹시 아플텐데, 화상(火傷)엔
토끼풀잎을 짓이겨 붙치면 직효인데
그 애들이 그걸 알겠나 큰 일이네.
귀신부부의 얘기 자초지종을
다 엿듣고 난 소금장수,
날이 밝자 마을로 내려가
어젯밤 제사 지낸 집을 찾아갔다.
이 동네서 제일가는 부잣집 같았다.
아이가 끓는 물에 데었다며
온 삭구들이 걱정을 하고 있는 판에
소금장수 따윈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소금장수로 부터 지난 밤 묘소에서
엿들은 부부귀신의 얘기와
화상에는 토끼풀이 명약이라는 말을 전해 들은
이집 주인은 토까풀잎을 뜯어다가 짓이겨
상처 부위에 붙여 주었더니
신통하게도 감쪽 같이 아물었다.
그런 알이 있은 후 작은 아들은
무엇인가 크게 깨달은 바 있어
재산을 반분해서 형에게 나눠주고
해마다 제사도 꼬박꼬박
형네집에 가서 지냈다는 얘기인데
이 얘기가 시사(示唆)하는바는
할아범귀신의 우유부단한 성격에 비해
할멈귀신은 죽어서도 자식교육을
따끔하게 시켰다는 엄격한 어머니상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 주: 이글을 쓰면서 민간요법으로
화상(火傷)에 좋은 약초가 무엇인가?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더니 토끼풀이라고
해서 인용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1 . 9. 16.
산골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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