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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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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문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0회 작성일 17-08-1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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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나긴 밤이 지났다.

다리가 눈을 떴을 때, 침대 옆에서 아버지가 두 팔을 가로질러 이마를 받친 채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한 번 어루만지던 다리가,

약속. 그래. 어서 가야 해.”

이렇게 외치며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피곤에 지친 아버지의 볼에 뽀뽀를 한 번 하고는 고양이마냥 조용히 집을 나서고 있었다.

다리는 곧장 느티나무로 향했다. 그러나 어질어질 한 것이 머리가 깨어질듯 아파오고 있었다. 아픔을 참으며 다리는 아리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이 마을이 생길 때부터 있던 오래된 느티나무를 향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드디어 꽃 대신 눈꽃이 핀 앙상한 느티나무 아래에 도착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자 다리는 들고 온 편지를 꺼내서 읽으며 연신 콜록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더니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올 거야. 분명히 올 거야. 아리가 안 올 리가 없어. 분명히 올 거야. 분명히. 콜록 콜록.”

겨울바람이 다리를 삼키기라도 할 듯 매섭게 불어오고 있었다.

 

아리가 정신을 차렸을 때 심한 고통이 엄습해 왔다.

그 고통 속에서 아리가 소리쳤다.

약속. 그래 약속!”

온몸에 상처가 난 아리는 벌떡 일어나려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한 쪽 다리가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뇌에서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어서 가야 해. 다리가 기다릴 거야. 다리가.”

그리고는 있는 힘을 다해 언덕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아리는 안주머니에 든 아리에게 전해 줄 편지를 만지작거리며 한쪽 다리를 끌며 밀려오는 고통을 뒤로하고 언덕을 조금씩 오르고 있었다.

가야 해. 반드시...”

이 말을 되뇌며 아리는 눈 덮인 언덕을 기어올랐다.

그리고 다 오르고 나더니 쉬지도 않고 절룩거리며 느티나무를 향해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육체의 고통이 가지 말라고 잠시 쉬라고 소리쳤지만 다리를 향한 그 순고한 마음이 알 수 없는 힘으로 아리를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리는 숨이 목에 차서 느티나무 근처에 도착하였다.

그때였다. 아리의 눈이, 그 여린 눈이 무엇인가를 보았던지 투명한 액체를 쏟아내고 있었다.

다리야!”

울먹이며 아리는 허공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다리가 아무 움직임 없이 쪼그리고 앉아있는 곳으로 날듯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를 품에 안으며 하늘이 무너질 듯 소리쳤다.

죽지 마 다리야. 내가 왔어. 아리가 왔다고. 눈 떠봐. 제발... ... ... 세상 누구보다도 널 사랑하는 내가 왔다니까. 눈 떠봐. 으흐흐흐... 으흐흐흐.”

그렇게 얼음같이 차가운 다리를 아리의 뜨거운 사랑으로 녹이기라도 하듯 않으며 울부짖었지만 다리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날 기다리며 얼마나 떨었을까? 으흐흐흐. 날 원망하며 얼마나 울었을까? 으흐흐흐. 다 내 탓이야. 다 내 탓이라고. 으흐흐흐. 하지만 난 안 온 게 아니야. 못 온 거야.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다리야. 으흐흐흐.”

그러더니 안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더니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나 아리는 평생을 다리만을 사랑할 것입니다. 나 아리는 나를 먼저 앞세우지 않겠습니다. 나 아리는 사랑 앞에 진실하겠습니다. 크흐흐... 나 아리는 하늘과 땅에 맹세코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아니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은 후에도 오직 다리만을 사랑하겠습니다. 크흐흐.”

그리고 아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때였다. 아리의 눈에 다리의 손이 보였다. 그 손은 무엇인가를 지키기라도 하는 듯 가지런히 가슴에 무엇인가를 품고 있었다.

아리는 그 손을 잠깐 들더니 그 속에 있는 것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다리의 편지였던 것이다. 그것을 지킬 거라고 두 손으로 꼬옥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추위에 떨며.

나 다리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아리만을 사랑하겠습니다. 나 다리는 아리가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믿고 따르겠습니다. 나 다리는 시기하지 아니하며 오직 진실로 아리를 대하겠습니다. 나 다리는 영원히 아리만을 사랑... 크흐흐흐... 사랑... 크흐흐흐. 하겠습니다.”

 

 

나중에 아리와 다리가 마을 사람들에게 발견되었다. 싸늘한 몸으로 서로의 편지를 가슴에 품고 쪼그리고 앉아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아리와 다리를 함께 묻어주었다.

그리고 아리와 다리가 만난 그날을 약속의 날로 정해 아리와 다리의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했다.

약속의 날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가 분명히 지킬 수 있는 약속들을 적어서 교환하였다.

그리고는 남자가 이렇게 외쳤다.

난 아리의 이름으로 이 약속을 지킬 것을 맹세합니다.”

그러면 여자가 이렇게 외쳤다.

난 다리의 이름으로 이 약속을 지킬 것을 맹세합니다.”

22.

아리와 다리가 만난 그 슬픈 날을 사람들은 오래토록 기억하며 하늘에서도 둘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빌었다.

 

 제 블러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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