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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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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도일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6회 작성일 17-11-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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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에서


                                                                    

   

죽은 자는 온기 한 점 없는 깜깜한 땅속에 눈 딱 감고 누워 있다.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그러니 이 청명한 가을 햇살아래 살아 숨 쉬는 자의 행복을 모를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다른 것 다 제쳐놓고 그 자체만으로도 크나큰 축복이요 행복이다.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매순간이 다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괴로울 때도 많다. 살기 위해서는 끝없는 노력과 수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여간 힘들 지가 않다. 옛날 같으면 전답을 일구어놓고 인격수양을 위해서 책이나 읽으면 그만이었지만 오늘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매사 남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개발을 끝도 없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경쟁자에게 뒤처져 패배자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니 한가하게 좋아하는 책이나 붙들고 있을 여유가 없다. 그러다보니 눈만 뜨면 시간에 쫓긴다. 그 때문에 살아 있다는 것이 크나큰 축복이라는 사실을 잊고는 눈앞의 범사에 휘둘려 괴로워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역시 살아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옛사람들도 그래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말 했을 것이다. 

살아 있는 자는 죽음을 모른다. 

막연히 이러이러할 것이다 하고 추측만 할 뿐이다. 다만 죽음이 살아생전의 얽히고설킨 그 수많은 인연을 그 자리에서 끝을 낸다는 것이다. 죽음의 칠흑 같은 그림자가 어리운다. 절로 몸서리가 쳐진다. 내가 죽어도 이 좋은 세상은 언제까지고 계속 되고 그들은 그 속에서 내가 없이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얼마든지 행복해할 것이다. 참으로 괘씸하고 괴롭고 슬픈 일이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축복 받은 이 삶은 대체 언제쯤 끝이 나는 것인가?‘

 ‘죽으면 모든 것은 그것으로 끝인가? 더는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것인가?’

죽음에 대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도 답을 찾을 수 없음에 외로움이 사방 벽을 밀고와 나를 가둔다. 죽음 앞에서는 부모도 형제도 자식도 소용없다. 오직 나, 나 혼자일 뿐이다. 참으로 이 존재가 고독하기 짝이 없다.  

나는 책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동네 어귀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마을에 처음 들어 선 사람(마을교회에 부흥회연사로 초대된 유명한 목사)가 아이들에게 길을 물었다. 

"얘들아! 00교회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니?"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길을 물은 목사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말했다.

"너희들도 이따가 저녁에 교회로 오너라!" 그러자 아이들이 "왜요?"하고 물었다. 목사는 길을 물을 때와는 달리 근엄한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교회로 오면 아저씨가 너희들에게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알려줄게."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하나같이 배를 잡고 까르르 웃고 넘어갔다. 

"우와, 저 아저씨 웃긴다! 교회로 가는 길도 모르면서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알려 준데.


길을 아는 것과, 아는 길을 가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나도 하늘나라로 가는 길을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다. 주말마다 교회에 나가 주님을 영접하고 착한 일을 하면 된다. 착한일이야 어떻게 마음먹고 해본다고 하지만 주님을 영접할 수가 없다. 주님이 하늘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떻게 영접 할 것인가? 내가 이렇게 말하면 믿는 사람들은 말한다. 처음에는 자신들도 그랬다고, 그렇지만 시간이 가면서 믿게 된다고. 과연 그렇게 될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될 것 같지가 않다. 만일 내가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주님은 하늘에 있을 거야, 하고 억지로 믿으려는 데서 오는 일종의 자기 최면이요 환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그러니 어찌 그것을 믿을 것인가.


어느새 가을!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하기까지 하다. 새벽에는 절로 이불이 당겨진다. 머지않아 산은 단풍으로 물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단풍이지면서 나무는 긴 겨울을 혼자 떨고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봄, 세월은 그렇게 흘러간다. 

세월이 가면서 내 곁을 떠나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난다. 엊그제도 또 한 사람 떠났다. 도대체 그들은 이 좋은 세상을 놔두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청명한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건만 가을의 문턱에선 내 마음은 나도 머지않아 떠나야 할 것을 생각하니 슬프기가 그지없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기는 먹은 모양이다. 죽음을 앞에 놓고 두려워하고 있으니. 엊그제 떠난 벗이 몹시도 그리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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