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오자이 <수필>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겨울 아오자이 <수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영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6회 작성일 17-12-24 01:00

본문

                            겨울 아오자이 / 김영채

 

 

    낮은 구름층을 타고 싸늘한 바람결이 주택가로 휩쓸려가는 초겨울 오후였다. 북한산 자락에서 흘러온 바람을 따라 빌라와 다가구 주택이 빽빽이 들어찬 연신내 골목길에 들어선 집이었다. 나는 골목길 끝닿은 대문 앞에 멈춰 서서 안내를 받았다. 좁은 살림집으로 두 칸 방과 주방이 전부였다. 베트남 이주민 여성 누엔티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집이었다.

    오늘 그녀의 집을 방문하여 이주민으로서 일상생활 속에 잘 모르는 우리 문화와 예절, 풍속, 전통 또 언어소통, 병원방문 등 일상생활에서 피부에 와 닿는 어려움을 도와주며 봉사하는 여성 도우미 어르신과 대화 속에서 불편한 내용은 무엇인지? 다양한 사회생활에서 쉽게 접하면서 느껴야 하는 언어, 말벗, 공공기관 방문 등 살아가는 생활에서 배워야 할 일을 가르쳐주고 서로 인간관계는 잘 이뤄지고 있는지. 관찰하고 도움을 주려고 방문했다.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두 손으로 합장하며 공손히 맞이했다. 또 벽에 걸린 사진 속 딸이 초등학교 1학년생으로 아주 노래를 잘 부른다고 자랑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하여 이주해온 지 벌써 9년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음식 만드는 법, 예절도 아주 익숙하지 못해 봉사하는 도우미 어르신을 한국의 친정엄마라고 부르며 배우고 익히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늘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비좁은 방에서 비닐쇼핑백 손잡이를 끼워 넣는 수작업으로 작으나마 돈벌이를 하고 있었으나 해맑은 표정 속에는 어딘지 모르게 그녀만이 간직하고 피워내는 꿈이 어른거렸다. 꿈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미래로 가는 희망일까?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남편보다도 유난히 엄마를 많이 닮은 딸에게서 자기의 꿈도 함께 연꽃처럼 피워내고 있는 한국의 아오자이 여인이었다. 그녀에게서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삶 속에는 지난 세월 우리 어머니들이 한을 가슴 속에 삭이고 인내하며 살아온 끈질긴 모습들이 희뿌연 안개처럼 피어오르다 사라졌다.

   그녀를 가까이 지켜보면서 젊은 시절 새로운 탈출구를 찾아 미국이나 캐나다에 이민을 떠나버리고 싶은 꿈에 사로잡혔다. 내 어려웠던 생활고에서 탈피해 떠나고 싶은 욕망에 들뜨기도 했으나 현실은 냉정했다. 특수한 기술도 없는 내게 취업이민도 어렵고 이주하기도 쉽지도 않거니와 투자비도 만만치 않아 꿈을 접어야 했다. 그때 새로운 꿈을 찾아 고되고 힘겨운 생활 속에서 어렵게 공직자의 길로 들어섰다.

    도우미 엄마 봉사자와 그녀는 다정하게 손을 꼭 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친정엄마를 만난 듯 다정하게 보였다. 초등학생 딸 담임선생님을 방문하여 딸아이가 잘하는 노래 재능에 대해 말씀드리고 상의하고 싶어 했다. 자식의 성장과 진로를 걱정하는 부모님 심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그녀에게서 40여 년 전 베트남전쟁 상흔은 느껴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베트남전쟁이 종국으로 치달을 즈음 치열한 포화 속에서 주민들이 도로로 피신하는 행렬에는 벌거벗은 채로 공포에 질려 뛰쳐나오는 어린 소녀 사진이 미국 AP통신을 통하여 신문기사에 실렸다. 나는 왜? 그 사진을 떠올릴까. 우리도 한국전쟁에서 겪었듯이 전쟁이 남긴 비극은 상흔의 잔해로 남아 내 가슴 깊숙이 가시나무처럼 뿌리 내리고 있다. 한 세대가 지나가도 아픈 상처는 쉬 지워지지 않았다.

   오늘 다문화가정을 방문하여 외국 여성이 우리 문화에 적응하고 잘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에는 칠십 대 중반인 양 할머니가 도우미로 일하고 있었다. 그녀에게도 시집간 막내딸은 영원히 소식조차 전할 수 없이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빈자리는 늘 허전했다. 항상 엄마를 걱정하는 이야기로,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깊이 잠 못 이룬 꿈속에서 들려와 가슴앓이로 무엇인가 잃어버린 듯 외롭게 지센 밤도 여러 날이었다. 딸아이의 빈자리는 아픔으로 비어 있었다.

   그런데 막내딸보다 어린 베트남 이주여성 누엔티를 만나 비록 이주여성 정착 봉사활동이지만 딸의 빈자리를 조금씩 채워주는 정이 싹트고 있었다. 그리고 때 묻지 않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져 딸처럼 모르는 것은 알려주고 가르쳐 주었다. 어떨 때는 재래시장에 함께 거닐다가 생필품을 사고 쇼핑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문화에 적응해 가도록 도와주었다. 스스로 살아가려고 엄마로서 이 땅의 아내로서 열심히 노력하는 삶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나는 퇴직 후 무엇을 해야 하나 망설임도 많았으나 지금의 모니터링 일은 작으나마 보람도 기쁨도 가슴에 담아보았다. 일상생활 속에서 어려운 노인들이 더 열악한 환경에서 병들고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 힘겨운 사람들이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잡아주고, 다독여 주는 사람과의 소통 속에서 작으나마 애틋한 정을 느껴보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시선이 닿지 않는 음지에서 살아가는 이주민 여성, 고독한 노인 또 병고에 시달리는 노인 이런 분들이 어렵게 살아가는 현장에서 더 좀 도움을 원하는 분과 도와주는 분들이 희망을 품고 보다 나은 삶의 혜택이 잘 이어가도록 북돋아 주는 일을 해왔다. 내가 그분들을 위해 잘하고 있나 혹시 누가 되지 않을까? 생각에 잠겼을 때 창밖에는 하얀 눈이 바람살에 흩날리고 누엔티가 가꾸는 작은 방 야생초에서 흰 꽃봉오리는 활짝 피워 오르고 있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54건 9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414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2 12-15
1413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12-14
1412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1 11-20
1411 짭짤한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1 11-17
1410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11-13
1409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9 0 11-04
1408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 0 10-24
1407 슈가레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0 10-24
1406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 10-18
1405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1 0 10-17
1404
봉투 하나 댓글+ 1
♤ 박광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 2 09-28
1403 짭짤한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3 09-08
1402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09-07
1401 ♤ 박광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6 0 09-06
1400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0 09-01
1399 ♤ 박광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5 0 08-23
1398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 0 08-16
1397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4 0 08-12
1396 짭짤한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5 0 08-09
1395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0 07-27
1394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 07-26
1393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 0 07-26
1392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 1 07-26
1391 하얀선인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9 0 07-25
1390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1 0 07-18
1389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 07-12
1388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0 1 07-12
1387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4 0 07-10
1386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0 07-08
1385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0 07-0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