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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지친 친구야/이병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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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57회 작성일 18-01-0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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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지친 친구야

이병율

서울은 역시 역동적인 도시다. 거리마다 사람들로 북적대고
초고층 빌딩 숲으로 혼잡하면서 질서가 있는 어지러운 도시,
외국인도 흔한 세계화된 거대도시, 올 때마다 불편한 낯익은 도시,
오랜만에 서울에 왔다.
전날 동혁이랑 기준이 집에서 오늘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동혁이가 서울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자주 만날 수 없는 여건이었는데
이렇게 얼굴을 볼 수 있어 기다렸다.
기준이가 옻닭을 준비한다기에 환자가 무슨 옻닭이냐니까, 잔소리 말란다.
서울의 가을은 부연 공기에 흐린 날이다.
원당역 6번 출구로 기준이가 마중 나온다고 해 불광역에서 전철을 탔다.
난생처음으로 경로 무임승차권을 자동 발급기에서 받았다.
위암으로 수술하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은 몇 달 전에 들었지만
이제야 찾아가는 마음이 무겁다.
항암치료의 고통을 간접 체험으로 알고 있어 그 역겨움과 까무러치는
고통의 힘든 투병을 해야 하니 안쓰러울 뿐이다.
기준이가 마중 나왔다.
반가운 얼굴엔 부기가 좀 있고 잔주름에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 늙어 가는
우리들 모습에서 심한 환자의 모습이 아니라 위안이 된다.
이런저런 이야길 하며 이제 욕심 없이 편안하게 생활을 즐기면 산다며
욕심도 어쩌고저쩌고 힘있을 때 가능하지 이젠 욕심부려보았자
마음만 상처받고 스스로 추해진다며 세상사 마음을 비우니 편해진
지금이 좋다며 그냥 잘 지낸다고 말을 할 때 내 가슴이 찡해진다.
너는 일찍 산을 좋아해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었겠다며 허벅지가
뻐근할 정도로 자전거를 타고나면 피곤하지만, 기분이 상쾌하고
머리가 맑아진단다.
그래서 즐기는 운동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조언을 한다.
내가 산을 좋아한다는 건 이미 나를 아는 사람들에겐 소문이 나 있다.
하긴 내가 산을 즐겨 찾은 지가 30년은 넘었다. 몸을 위해 오르는
운동에서 벗어나 육체적 고통을 즐기며 마음에 고요함이 깃들고
무수한 생명이 공존하는 자연의 섭리를 깨달음에 오는 마음의 평온함은
오히려 지금도 나를 위로하며 달래주고 있다.
희어진 머리카락에 주름진 얼굴과 피부 그리고 노쇠해져 가는 몸과 마음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기준이 집에 도착하였다.
정리가 잘된 작업장 건물에 다양한 공구들과 압축기를 비롯한
전기용접기에서부터 산소용접기까지 나에겐 다소 생소한 기계들이
다양하게 있다.
여기가 기준이의 작업장이며 놀이터이고 일상의 생활공간인가 보다.
건물 옆엔 시골풍경으로 숲이 있고 고추가 익어가고 핏불 종류의
개가 낯선 나를 바라본다.
세 명의 젊은 여자들이 채소를 다듬고 있고 그 중에 기준이 식구로
착각될 정도의 닮은 분이 있어 안녕하세요?
인사하니 어느 한 분이 우리 모두 기준이 애인이라고 유머 있게
응답을 해 웃음으로 답을 하였다.
기준이 식구가 나와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작업장은 철공소가 갖출 기계와 공구가 있어 웬만한 건 만들어 달라고
마을 사람이 찾아온다며 앞 식당 평상도 만들어주고 이렇게
심심하지 않게 산다며 이곳에서 동네 사람들이 잘 모이고
어울리며 막걸리 파티하고 잘 지냈다며 지금은 병이 생겨
술을 마실 수 없어 요즘은 뜸하단다.
말수가 적으며 사람 좋아하던 친구였지 역시 너답게 함께 어울리며
인생을 즐겁게 살아갈 줄 아는 놈이었는데, 어떤 못된 신이 질투를 하였을까?
조용하면서 고집 센 성품에 사람 좋아하던 너를 질투한 그 몹쓸 놈의 신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럴 때를 대비하여 명리학 공부를 하였으면 답을 얻을 수 있었을까?
그래도 진작 운명학에 공부 좀 하였으면 하는 후회가 된다.
작업장 앞에 폐기된 가전제품들이 쌓여 있고 자원글자가 새겨진
1t 트럭에 가전제품 실은 차가 오더니 둘이 이야기하며 함께
물건을 내리며 천천히 시간 되는 대로 분리하라고 말을 하니 기준이는
내가 알아서 하니까 걱정하지 말란다.
친구와 서로 잘 아는 마을 사람으로 고물상을 운영하나 보다.
해체하여 분리하는 작업으로 일손이 딸려 기준에게 부탁하고
시간이 있어 심심풀이로 거든다고 한다.
손재주가 있어 이런 일은 잘하기에 즐길 수 있는 소일거리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다리던 동혁이가 부인(보영이 엄마)과 함께 도착하였다.
부추에 푸짐하게 준비한 옻닭이 나오고 두 친구는 술을 마실 수 없어
독재자 박정희가 즐겨 마셨다는 막걸리를 보영이 엄마가 종이컵에
한잔 마시고 나머진 나 혼자 마셨다.
어쩔 수 없이 건강 관계로 그 좋아하던 술을 끊고 무알코올의
세계를 유영하는 두 친구에게 미안하게 마셨다.
이렇게 얼굴만 봐도 편해지고 좋아하는 우리인데 언제부터인가
무심했던 지난 세월이 후회된다.
격변의 시대 문화가 충돌하고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모든 면에서
소용돌이치는 근대사의 질곡에서 사회적 공과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세대지만
그래도 의료보험은 잘 되어있어 다행이다.
“주장이 강하고 색깔이 선명하다 보니 억대기에 우기기도 잘하고
고집쟁이로 아내들은 마음조이고 힘들게 살아왔다”고,
두 친구 부인이 하소연한다.
기준 식구는 지금도 그 고집을 못 버린다며 어제부터 친구가 온다니
저렇게 좋아한다며 한 달에 두 번 일산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는데
항암치료 받고 나면 1주일가량은 힘들어 잘 먹지도 못하고
안쓰럽다는 말에 그 강한 놈이 가슴이 아려진다.
집안에 일이 있으면 친정 식구들이 왕래하지 기준이는 친척도 없이
외로웠다며 고모 한 분이 있는데 이제야 왕래한다고 한다.
그렇다, 우린 그런 외로운 마음도 모르고 지내왔다.
참 힘든 세상 살다 보니 고달픈 만큼 마음을 감추며 살아왔다.
이젠 마음을 내보이고 그러기 위해 표현하여야 한다.
두 친구 부인의 말대로 특히 아내들을 힘들게 하였다며 참 멋없는
남자였다고 한다.
그래도 힘든 세상 잘 이기며 살아왔기에 대견스럽고 감사하고 고맙고
미안하며 병도 치유되고 즐겁게 잘 살길 소원한다.
헤어져야 하는 시간 미안한 마음이다.
동혁이가 원당역에서 내려주고 강남역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눈을 감는다.
1년에 정기적으로 2번 만나는 모임 송죽회가 깨진 후 서로
소식을 주고받는 구심점이 없어 어떻게 사는지 소식이 끊긴 친구도 있다.
중학교 때부터 이어온 죽마고우 오랜 친구다.
이제는 카톡을 이용해서라도 서로 소식을 전하며 서로 가까이할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살아간다는 것 눈만 뜨면 남과 함께 살아가는 인생살이 함께하여
좋았다가 갈등하고 미워하고 덧없는 삶의 과정인 걸 머 별거 던가 그래요.
내 마음이 나인 걸 마음이 좋아야 내가 좋아지는 걸 친구들 그 얼굴들
하나하나 빛나게 스친다.
의리를 찾고 결기를 보이는 젊은 나이가 아니지 않은가, 누군가에게
의지하여야하고 주변사람들이 멀어지고 외로움을 만나게 되는
늙은이가 되어 가고 있는 게 우리들 나의 자화상이다.
이 나이에 뭘 따지는가, 뭘 어떻게 하길 원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고
이해하고 편안하게 웃어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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