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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어머니/윤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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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0회 작성일 18-01-0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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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어머니

윤재석

두 분의 어머니가 계셔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한 분은 나를 낳아 주신 어머니이시고, 다른 한 분은
나의 건강을 빌어주시는 어머니이시다.
나를 낳아 주신 어머니는 살아 계시지만 나의 무병건강을 빌어주시던
어머니는 돌아 가셨다.
봄을 맞아 산하가 파란색이 되고 바람이 산들 불어오니
두 분 어머님이 생각난다.

어릴 때 어느 날 집에 오신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아버지께서 앞으로 어머니라 부르며 모시라고 하셨다.
어머니가 곁에서 보시고도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집에 어머니가 계시는데 어찌 다른 분에게 어머니라 부르며
모시라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 본 그 어머니의 모습은 단정하고 편안해 보였다.
얼굴이 하얗고 머리는 곱게 빗어 낭자를 하셨다.
부모님과 그리고 그 어머니와는 오래 전부터 알고 계신 듯했다.
세 분의 모습은 무척이나 친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마루에 앉으셔서 안부를 물으며 말씀을 나누고 계셨다.
식사 때가 되면 꼭 함께 식사도 하셨다.

새로 오신 어머님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같은 어머니면 한 집에 살아야 하는데 어찌 갑자기 오신 분에게
어머님이라고 부르며 섬기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동안 어디에 살고 계셨는지, 어떤 분이신지 궁금했다.
나는 그 뒤로 그분이 오시면 어머님이라 부르며 인사를 드렸다.
어릴 때 일이라 집에 계시는 어머니와 같은 분으로 알고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그 분이 오시면 손님을 대하듯 하셨다.
나는 으레 ‘어머님 오셨습니까?’ 하고 인사를 드렸다.
인사를 받은 그 분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내 새끼 많이 컸다고
하시던 게 생각난다.
부모님께서 이분과 서로 존경하며 지내니 나는 어머니가
두 분이 된 것이다.

옛날에는 사주를 보고 병이 많고 명이 짧으면 오래 살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커다란 나무나, 불상에 팔아 명을 잇는 풍속이 있었다.
나의 사주를 보니 병이 많고 명이 짧아서 암자의 불상 아들로 판 것이다.
이곳에 계신 분이 나의 무병과 짧은 명을 이어 주려고 빌어주신
어머님이셨다.
그 뒤 이분과 나는 어머님과 아들 관계가 되어 지낸 것이다.

이곳 암자에 계신 어머님에 대한 부모님의 배려가 대단하셨다.
부모님께서는 이 분이 매우 고마우신 것이다.
아들의 건강과 명을 잇기 위해 애쓰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어머님은 설날이나 추석, 명절 등이면 우리 집에 오셨다.
부모님은 그분이 오시면 정중하게 맞이하고 쌀과 다른 곡식을
챙겨 드리셨다.

어머니는 내 생일이면 나를 데리고 불상을 모시는 어머님이
계시는 곳으로 찾아갔다.
우리 집에서 약 3km 되는 거리였다.
어머니와 내가 찾아간 곳은 산골에 있는 작은 암자였다.
초가 한 채와 헛간 한 칸이었다.
초가 안에 불상을 모시고 있었다.
백운면 동창리 은안리 암자다.
시루에 떡을 하고 밥을 새로 지어 정화수와 함께 차려 놓고
두 분의 어머님이 불상 앞에서 나란히 불공을 드리셨다.
이때서야 이분을 어머님이라 부르고 모시라는 참 뜻을 알았다.

결혼 한 뒤로도 우리 부부는 이곳에 찾아와 불공을 드렸다.
나의 생일 전날 와서 같이 자기도 했다.
나의 생일은 정월 초순이다.
겨울 추위가 여전하여 빙판이 된 시골 산길은 낙상의 위험이 있어
조심해야 했다. 결혼한 뒤 부부가 함께 찾아가자 벌써 커서
장가를 갔다며 좋아하셨다.
자신이 무병과 건강을 위해 빌어준 아들이 결혼한 것을 보고
퍽 기쁜 모양이었다.
아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 떡을 하고 밥을 지었다.
양초와 김이며 다른 반찬을 준비해서 어머님과 아내가 정성스레
불공을 드리는 모습이 두 분 어머님이 불공드리던 모습과 비슷했다.

나의 무병 건강을 빌어주시던 어머님은 돌아 가셨다.
좀 더 오래 사셔도 될 연세인데 일찍 돌아 가셨다.
어머님 영정을 보니 내가 처음 인사드리던 때가 생각났다.
불상 앞에서 단아한 모습으로 정성껏 나의 무병건강을 빌어 주시던
기억이 새롭다.
내 새끼 많이 컸다고 머리를 쓰다듬고, 궁둥이를 두드려 주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나는 지금까지도 건강하다.
살아오는 동안 가슴을 여는 큰 수술부터 조그마한 수술을
여러 번 했지만 모두 이겨내고 건강을 찾았다.
병 많고 명 짧은 아들을 위하여 불상에게 맡긴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의 힘이라 생각한다.
부모님의 권유로 나의 무병장수를 빌어 주신 어머님의 불공 덕이려니 싶다.

불상을 모시면서 나의 건강을 빌어 주신 암자를 찾아갔다.
내가 전주로 이사 온 뒤로 이곳을 찾아다니지 못했기에
꼭 한 번은 찾아보고 싶었다.
시골 산길이 자동차로도 다닐 수 있었다.
조그마한 초가였으나 큰집을 새로 짓고, 불상도 여러분을 모셨다.
마당도 넓혀서 자동차가 주차할 수 있었다.
작은 암자의 이름은 은안절이었다.
주인에게 나와의 관계를 말씀드렸더니 반가와 하셨다.
커진 규모를 보니 신도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
변한 모습에 세월의 무상을 느끼며 앞으로 자주 찾으리라
마음먹고 떠나 왔다.

나를 낳아 주신 부모님과 나의 건강을 빌어 주신 어머님이 아니면
지금의 내가 이 세상에 남아 있을까.
나를 낳아 주신 어머니께서는 살아 계시지만 건강이 좋지 않다.
건강을 빌어주시던 어머님은 돌아가셨다.
부모님과 어머님은 믿음으로 사신 분들이다.
말로 맺은 약속을 끝까지 지키셨다.
어른들의 두터운 신의信義를 본받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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