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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송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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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9회 작성일 18-01-17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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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송영수

어머니, 제게는 이 이름은 눈물입니다.
어머니, 입에 올리기만 하면 그냥
눈물이 쏟아집니다.
당신은 이 땅에 오셔서 당신의 업보를
성실히 수행하고 이제 하늘나라에 계십니다.
6년간의 고통스러운 병석을 훌훌 떨치고
햇빛 찬란한 날 그윽한 국화향기에 싸여
하늘에 오르셨습니다.
이제부터는 추운 걱정, 더운 걱정,
아픈 걱정 없는 하늘나라에서 큰 면류관
쓰시고 천사노래 속에서 영화롭게 계십니다.
그러나 당신이 낳으신 9남매 중 하나라도
아프면 거기선들 편하시겠습니까?
이제 더 이상 어머니 아프시지 않게
해 드리리다.
고희를 맞으면서 찍으신 사진 앞에 서니
어머니의 찬란했던 젊은 시절이 주마등처럼
차근차근 풀려나옵니다.
청순한 꽃봉오리 18세의 나이로 결혼하시어
층층시하 웃어른 모시고 9남매 낳고 기르시며
겪었던 힘들었던 세월을 어찌 낱낱이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마는 어머니의 사진틀은
스크린이 되어 어머니의 일생을 한편의
드라마로 펼치는군요.
9남매를 기르기엔 너무도 빈곤한 가세였습니다.
그러나 한 치의 굽힘도 없이 굳세게 헤쳐오신
그 날들의 모습은 화려하고 장하신 모습으로
내 눈앞에 펼쳐집니다.
새벽이 문을 열기도 전에 채소 광주리를
이고 20여 리를 달리시던 그 발걸음에서는
쇳소리가 났습니다.
시장 길모퉁이에서 진종일 주린 배를 움켜쥐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구매를 애걸하시던 모습은
뜨거운 눈물로 남습니다
9남매가 다 자랄 동안 시계하나 구입 못하셔서
서울행 호남 열차의 기적소리에 잠을 깨시되
촌각의 오차가 없으셨던 어머니. 20리, 30리 길을
걸어서 학교에 가야하는 자식들의 아침을
지으시기에 1초의 어김도 없으셨음은 게으름을
피우는 저에게는 수시로 채찍이 됩니다.

새벽마다 어두운 호롱불 밑에서 한 소쿠리씩
무채를 써시던 모습은 지울 수 없는
소중한 기억입니다.
한 되밖에 안 되는 쌀로 열 두서넛 식구의
주린 배를 채워 주기 위해 시린 손을 불어가며
무채를 썰어 넣어 무 밥을 지으셨습니다.
그나마 미리 썰어 놓으면 맛이 덜하다고
꼭 새벽에 써시던 그 정성이 너무도
애처로웠습니다.
더구나 나와 동생들은 무 밥이 지겹다고
투정을 부리곤 하였으니 어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생각하니 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 지겹던 무 밥이 지금은 따끈한
향수가 되어 그립습니다.
무밥의 그 따끈함이 지금도 저의 뱃속을
훈훈하게 합니다.
꽁보리밥도 귀하던 여름엔 아침마다
예닐곱 개 도시락을 싸서 각자의 손에
들려주셨지요.
학교에서 도시락을 열어보면 꽁보리밥에 위에
살짝 쌀 낱을 덮으셨더군요.
양식이 없어도 어찌하든지 그 많은 도시락을
싸시면서 자신은 물 반 누룽지 반, 한 사발
둘러 마시며 끼니를 때우시던 어머니.
어머니 배고프실 것 생각하며 도시락을
아껴먹으면서 조금 남겨갈까 생각은 했지만
어느새 도시락은 비워져 버리더군요.
그래도 아침은 밥으로 이름을 지으시고
저녁엔 어찌할 수 없어 시래기죽을 끓이셔서
아랫목에 묻어 두었다가 학교에서 늦게 오는
우리에게 먹이시며 눈물을 감추시던 모습이
지금도 가슴을 맵니다. “자거라, 자거라.
죽 먹고 무슨 공부냐” 하시며 애처러워
하시는 엄마에게 공부로나 보답해 드리려는
갸륵한 효심을 왜 모르셨겠습니까마는
배고픈 것 안타까워 자라고 말리시던
그 목소리가 지금은 고운 노래로 들려옵니다.
우리보다 더 늦게 들어오신 아버지께서
자신의 몫으로 담아놓은 시래기죽 한 사발을
다 안 드시고 조금 남겨 두시는 걸,
그걸 먹으려고 늦게까지 안 자고 공부했던
일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입은 굶어도 자식들 학교만은 굶기지 않겠다던
어머니의 의지로 오늘 날 9남매 제 갈 길로
다 보내고, 큰아들은 박사의 자리에 앉히셨건만
밑의 아이들 제대로 학교공부 못시킨 아쉬움에
그리도 자책하시던 어머니. 먹을 걱정,
입을 걱정, 땔나무 걱정 없이 살게 되었는데도
자식 사랑의 고뇌는 풀리지 않아 육신의 힘이
다하실 때가지 간장, 된장, 고추장을 큰며느리
작은 며느리, 막내며느리 다 대어 주시고
김치 맛만 잘 들어도 아들 딸 오기를 기다려
자신의 입에 넣기를 거부하셨던 어머니.
엄동설한에 냇가의 얼음을 깨고 두세 다라
빨래를 해 내시며 시할머니까지 모시던
층층시하 시집살이. 큰일, 궂은 일 많이도
해내시며 아플 수도, 늙을 수도, 흰머리조차 날
틈을 보이시지 않으시던 어머니.
명절이 돌아오면 몇 날 밤을 지새우며
십여 켤레가 넘는 새 버선을 지으시되
그 발에 꼭꼭 맞추셨지요.
딸들의 설빔으로 색동저고리를 지으시면서
자는 아이 일으켜 입혀 보시며 흐뭇해하시던
그 모습은 황홀한 추억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면 안 아픈 손가락 어디
있냐시며 9남매 빈틈없이 보살피시어 오늘에
이르렀건만 아홉 자식은 어머니 한 분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박사인 큰아들도 여의치 않았고, 마음씨 착한
막내아들도 합당치 못하였습니다.
아홉을 키우시며 지저귀 갈아 준 일이
몇 번이었으며, 머리 감기고 목욕시킨 일이
몇 번이었으며, 안고 업고 어르시기 얼마였는가
우리 계산으로 쉽게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 기운 다하셔서 닳고닳은 육신을
자리에 누이실 제 저희 아홉은 당신 옆을
수시로 비웠습니다.
목욕시키고 지저귀 갈아드리는 일 알뜰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 사별하시고 22년을 혼자서 누운
자리가 겨울이면 얼마나 추우셨으며
여름이면 얼마나 지겨우셨나요? 그래도
이 모든 것을 세월 탓으로 돌리며 한 치의
불평 없이 “어서 가봐라.” “내 걱정은
말거라.” 하시며, 생명이 다하시는 날까지
자식들에게 부담되지 않으시려고 안간힘을
쓰셨음이 저희에게는 통한이옵니다.
눈물, 콧물 흘리실 때 저의 가슴으로 따뜻이
안아드리지 못하고 입 맞추지 못했음이
영원한 빚으로 남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기운차던 발걸음
치욕을 참아내던 인내
지칠 줄 모르던 투지
번뜩이는 지혜
참으로 아름답고 장하셨습니다.
저희가 무슨 상으로 이를 빛내겠으며,
저희가 어찌한들 이를 보답하겠나이까?
오로지 아름답고 장하신 모습으로 저희 가슴에
간직할 뿐입니다.
어머니, 그리고 눈감으신 얼굴도 고우셨습니다.
모든 일 다 끝낸 흐뭇한 미소와 끝까지
흩어짐 없는 그 단아한 모습은 저희들
가슴에 영원히 남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떠나셨습니다.
햇빛이 찬란한 날 향기로운 국화 길로
하늘에 오르셨습니다.
이제는 큰 면류관 쓰시고 천사노래 속에서
영화롭게 계십니다.
이제 저희는 당신을 면류관이라 부르리이다.
당신의 영혼이 영화로우시며 당신의 육신이
편안하시기를……
저희는 두 손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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