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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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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도일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0회 작성일 18-03-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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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요즈음 들어서는 뉴스를 보는 것도 듣는 것도 겁이 난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이러다 세상 끄트머리쯤 가서는 어떻게 변해있을지 겁이 난다. 옛날 같으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 가운데는 차마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들도 있다. 젊은 아버지가 생활고로 이혼한 뒤 데리고 있던 딸을 성가시다고 목 졸라 바다에 버리지를 않나 부모가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자식이 부모를 살해 하지를 않나, 이 땅에 인륜과 천륜은 다 어디로 갔는지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내 마음 같아서는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하더라도 보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건만 방송사마다 앞 다투어 기사를 내보내니 그 처사 또한 마땅치가 않다. 그것이 어디 떠벌리고 까발려야 할 일인가, 쉬쉬하고 감춰야 할 일이지. 한참 자라나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이 그런 뉴스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겁이 난다. 제 정신으로는 저지를 수 없는 정신병자 같은 자들의 미친 짓이겠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 날수 있었는지 몸서리가 쳐진다. 당사자는 물론이요 보고 듣는 사람조차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두운 세상 한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고 세상은 아직까지는 밝고 따듯하다는 것이다. 콘크리트와 콘크리트벽사이로 난 초록풀잎이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는 한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인 한사람은 박복하기가 그지없다. 어려서 일찍 양친부모를 잃고 누나 손에서 어렵게 자랐다. 성장해서는 처복마저 없어 부인의 낭비벽으로 곤궁을 면치 못하고 지냈다. 명퇴를 한 최근에 와서는 그동안 잠잠하던 부인의 낭비벽이 다시 도져 가정은 끝내 파탄으로 끝이 났다. 결국 지난겨울 많은 빚까지 떠안은 채 부인과 이혼하고 말았다. 수중에 단 한 푼도 없이 아들과 남겨졌다. 아들은 대학에 다니고 있었지만 학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서 학업을 중단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이웃들이 마련해 준 쌀과 약간의 부식으로 당장의 끼니걱정은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아버지와 아들은 마냥 실의에 빠져 지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어느 날 아버지는 일자리를 구하러 나갔다. 그러나 어디에도 일자리는 없었다. 아파트 관리비는 사정을 아는 동대표가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해 당분간 연기가 되었지만 도시가스는 한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단절 되고 말았다. 하루는 종일 일자리를 구하려고 애쓰고 다니다 고개를 떨구고 온기 한 점 없는 집으로 들어서는 아버지를 보고 아들이 그 모습이 보기 딱했던지 입을 열었다.  

“아버지, 이제 그만 나가세요. 나이가 많으셔서 안 되나 보네요. 내일부터는 제가 나가볼게요.”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지인은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왈칵 넘어왔지만 겉으로는 내색 않고 

“안 된다, 너는 어떻게 해서든 다시 공부를 해야지.”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가슴만 더 아팠다고 했다. 

아들이 일자리를 구해 보겠다고 나다니던 어느 날

“아버지, 나 일자리 구했어요! 이제 됐어요.”하면서 환하게 웃고 들어섰다. 그 말에 아버지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며 “그래! 구했어?”하고는 체면도 잊고 반겼다. 그럴 수밖에 그때까지는 일가친척들과 지인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버티었지만 더 이상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고맙다고 되뇌며 모처럼 다 큰 아들을 끌어안고 행복해 했다고 했다. 

지인이 그렇게 힘들게 지내던 어느 날, 나는 자리를 마련해 지인을 불러냈다.

술을 마시던 지인이 하는 말이 하루는 아들이 월급을 타서 갖다 주는데 그 돈이 금쪽같아서 차마 쓸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이매 말을 잇지 못했다. 남들은 공부하러 학교로 가는데 아비를 위해서 일터로 나가는 아들을 아침마다 지켜보면서 아들 몰래 몇 번을 눈시울을 붉혔다고 했다. 그런데도 아들은 자신의 처지를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아버지더러 일자리 구한다고 추운데 밖에 나가지 말고 봄까지는 편히 쉬라고 했단다. 그 말을 하는 지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렇게 해서 겨울이가고 이듬해 봄. 영장을 받고 군대에 가는 아들은 혼자 남겨두고 가는 아버지가 걱정이 돼서 

“나 군대 가면 안 되는데, 우리 아버지 어떻게…….”하면서 끝내 어깨를 들썩이며 울더란다. 아버지는 아들의 등을 쓸어주며 말없이 하늘만 쳐다 볼뿐.

다행히 아들이 입대하고 나서 아버지는 곧바로 일자리를 구했다. 그 소식을 아들에게 전하자 아들은 “와! 우리 아버지 최고, 나 이제 맘 편히 군대생활 하겠네.” 하면서 뛸 듯이 기뻐하더란다. 기뻐하는 아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두 손을 불끈 쥐었다고 했다. 이것이 부모자식간의 정이며 인륜이거늘 어쩌다 험한 뉴스를 보고 듣는 세상이 되었는지, 더 이상은 그런 뉴스를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은 시련은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절망하지 않고 노력해서 제자리를 찾아간다. 내 앞에 닥친 시련이 힘들다고 해서 도망치고 외면해 버린다면 누군들 힘들고 고달프게 살겠는가, 이 세상 어디에도 바람 불지 않는 바다는 없다. 하물며 그 위를 가는 인생의 항해가 어찌 순탄하기만을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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