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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여자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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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1회 작성일 18-08-1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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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다섯의 할머니가 계신다.

성빈의 어릴 적 친구인 동섭의 모친이자 성빈에게도 어머님처럼 여겨지는 분이시다.

중학교 1학년인 성빈이 처음 본 그분은 학처럼 고고하고 아름다우셨다.

당시의 일반적인 여자분들과는 달리 키가 크시고 날씬한 몸매에 코와 눈이 예쁘신 이국적인 미모를 가지고 계신 분이셨다.

성빈이 처음 동섭집을 찾아간 날 동섭은 없고 방에는 새하얀 얼굴의 여자분이 하얀 모시저고리에 치마를 입고 단정히 앉아 부채를 들고 있었는데 바로 동섭의 모친이었다.

동섭의 모친은 꾀죄죄한 차림의 성빈을 보고도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그러면서 성빈은 살아오면서 별볼일 없는 자신의 처지와는 달리 여자를 보는 눈이 남달리 높았던 것은 아마도 이날 동섭모친을 뵌 이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동섭 모친의 연세는 30대 후반이셨다.

아직도 여자로서의 아름다움이 빛나고 있을 때였다.

그런 동섭의 모친은 성빈을 아들인 동섭처럼 대해주셨다.

그날 이후 성빈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알게된 동섭과 더욱 친해지면서 자연 동섭의 모친과도 가까워졌다.

성빈의 중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되었다.

난생 처음으로 동섭과 동섭모친과 성빈 이렇게 셋은 사는 곳을 떠나 소풍을 갔다.

그 때 간 곳이 밀양의 표충사였다.

표충사 누대에서 도시락을 먹고 아래의 계곡에선가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던 기억이 성빈에게는 아직도 생생하였다.

날씨는 맑았지만 약간은 습하고 더운 날씨였던 것으로 기억되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성빈에게 그날의 기억이 생생한 것은 아마도 여름이면 내내 농사일만 하고 지내다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난생 처음 시외버스를 타고 사는 곳을 떠나 경치 좋은 곳으로 소풍이란 걸 가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날 이후로도 성빈은 동섭과 잘 지내는 사이였고 항상 동섭모친과는 안부를 전하며 지내는 친밀한 관계였다.

그러다 고등학교 입학을 하면서 성빈은 마산의 한 집에서 입주 과외교사로 지내게 되었고 동섭은 진해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둘의 만남은 자연 뜸해지게 되었다.

그때 동섭의 모친은 동섭의 생부와 헤어지고 혼자 살고 계셨다.

동섭모친은 동섭의 앞날을 위해 동섭에게 생부를 찾아 그 집으로 가서 지내게 하였는데 성빈이 고등학교 2학년때인가 한번은 동섭이 있는 그 집으로 놀러 가기도 했다.

성빈은 동섭이가 친아버지를 찾았다고 하기에 어린 마음에 좋은 일이다 생각했지만 실상 동섭새어머니에게서 난 동생이 둘이나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새어머니는 눈에 가시인 동섭을 내보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였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동섭은 결국 그집에서 쫒기듯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동섭은 대구에 거주를 옮겨 혼자 사시던 모친과 같이 살 형편이 되지 못하여 모친이 대구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고향에서 방을 얻어 따로 살고 있었다.

동섭의 고생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였다.

사정이 너무 어려워 끼니도 때우지 못할 형편이었는데 식은 보리밥 조차도 없어 김치한포기를 물을 마셔가며 생으로 찢어 먹으며 허기를 채웠다던 동섭의 일은 지금도 동섭과 함께 성빈에게도 함께 생각나는 아픈 날들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성빈은 고향의 친구들과 함께 동섭이 사는 방으로 찾아가 12월의 밤을 세우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후 동섭은 대구로 가 모친과 함께 살게 되었는데 뒤이어 성빈도 대구의 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고 방학때인가 동섭의 집에서 동섭과 동섭모친과 함께 1주일 정도 같이 지냈기도 하였다.

그 이후로도 동섭과 성빈은 몇번인가의 만남이 있었고 그때마다 동섭모친에게도 인사를 드릴 수 있었다.

1학년 입학을 하면서부터 고향의 선배와 함께 자취를 하던 성빈은 2학년1학기를 마치고 군에 입대했다 복학한 후로는 작은 형님의 도움으로 하숙을 하였는데 복학후로도 1년 동안은 공부는 뒷전이고 하숙집에서 방장을 하며 하숙생들과 놀기에 바빴다.

그러다가 3학년 2학기가 되면서부터 성빈은 하숙생들과의 일체의 관계를 끊고 취업준비를 하기위해 공부에만 열심이었다.

대학1년 후배이던 하숙집아들이 뒷날 말하기를 "이집 사람들과 말하기 싫으면 다른 집으로 가지 왜 갑자기 말도 않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며 사람들이 오해를 해 성빈의 뒤에서 욕을했다고 한다.

필요하면 하는 것이 성빈의 스타일인 셈이다.

성빈이 동섭을 다시 만난 것은 졸업후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던 때였다.

동섭모친은 부모없이 객지생활을 하며 떠도는 성빈을 장가보내기 위해 두번인가 맞선을 주선하기도 하셨는데 성빈은 별생각도 없이 동섭모친의 주선이니 따랐다.

그리고 그 후 성빈은 오랫동안 동섭과 동섭모친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성빈이 동섭을 다시 만난 건 12년인가가 지난 후였다.

동섭은 여전히 대구에서 모친과 함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 후론 성빈은 고향친구들의 모임이 있을 때마다 동섭을 만났고 동섭으로부터 동섭모친의 소식을 전해듣곤 했다.

동섭의 말로는 늘 동섭모친께서는 "성빈은 어찌 지내는지? 성빈은 무조건 잘살아지 암 무조건 잘살아야지 얼마나 고생 많이하고 어렵게 큰 아이인데"라고 하시며 성빈 걱정을 하신다고 한다.

그즈음에 장가를 가고 아이를 키우고 있었던 성빈은 동섭모친이 어련히 잘지내고 계시겠지하는 생각만으로 시간을 내어 대구를 찾아가서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 생각은 뻔한데도 쉽지 않은 일이어서 언젠가는 뵈올 날이 오겠지 하며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동섭모친을 뵌지 30년이 지난 오늘까지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몇달전인가 동섭에게 물으니 동섭모친의 연세도 올해로 여든다섯이 넘으셨다고 한다.

성빈은 이제 더는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동섭모친께 인사를 가겠다고 동섭에게 얘기를 하였더니 "모친이 대상포진을 앓아 병원에 누워계셔 경황이 없으니 다음 기회에 찾아뵈는게 좋겠다"고 하기에 더는 말을 할 수 없어서 후일을 기약했는데 다시 몇달이 지난 1주일전 동섭에게 시간을 좀 내어보라고 부탁을 했더니 그럼 출발하기 전에 전화를 해라는 말을 듣고 드디어 동섭모친께 인사를 드릴 수 있겠구나 싶어 대구까지의 로드맵과 시간계획까지 세운 터였다.

드디어 출발 하루전 성빈이 동섭에게 전화를 하였더니 동섭모친이 지금 대구에 안계시다는 의외의 이야기였다.

동섭의 말로는 동섭모친은 20년전부터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셔서 지금은 누구보다 독실한 신자이신데 교회행사차 포항영덕으로 기도회를 가셨고 2주일이나 지난 후에 돌아오신다면서 내가 찾아 가겠다고 동섭이 말씀을 드려보았지만 모친이 아프시고 난 후 이제 세상의 일과는 담을 쌓으시고 마음을 정리하셨는지 종교에만 열중이셔서 과거의 많은 그립고도 아픈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기 싫어하시는 것 같으시고 자존심 강하고 꼿꼿한 성격의 당신이 늙고 상한 모습을 내게 보여주시기 싫으신지 만나지 않겠으니 오지말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섭의 말로는 시간이 너무 늦어버린 것 같다고도 하였다.

몇년에 한번씩이라도 만나왔다면 모친과의 만남이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었겠지만 아무리 아들의 친구인 성빈이라 하더라도 30년 세월이나 지난 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쪼그라들고 꼬부랑해진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겠나 싶기도 했다.

거기에는 아마 오랫동안 찾아뵙지 않은 성빈에 대한 섭섭한 마음도 있으시리라 싶었다.

성빈은 동섭에게 젊은 날 아무리 아름답고 싱싱하여도 늙으면 다 마찬가지인 것을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 있겠냐고 얘기해보았지만 동섭모친의 뜻이 워낙 강경하여 굽힐 수 없다는 말이었다.

동섭모친은 성빈뿐만 아니라 고향에 사시는 사이가 좋은 외숙모가 찾아뵈려 해도 보지 않겠으니 오지말라고 하셨다고 한다.

불문곡직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성빈의 마음만으로 찾아가서 인사를 드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과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한 죄책감을 떨치기 위해 마음대로 찾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잘못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되어도 아들의 친구에게 아름답고 젊은 날의 기억만 남기고 싶은 동섭모친의 마음을 다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하루하루를 살아가야하는 성빈에게 필요없는 부담을 주기 싫어서 동섭모친이 일부러 만남을 거절하신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다시 뵐 수 없을 동섭모친의 모습이 자꾸 성빈의 눈앞에 어른거렸다.

또 한사람의 소중한 기억속의 사람이 성빈에게서 떠나가는 것 같았다.

만남 보다는 이별이 익숙해지는 나이가 된 것이라고 성빈은 생각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가 성빈과 동섭모친의 마음인 듯 애틋하였다.

인연이라는 것이 이어졌다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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