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최마하연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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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마하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1회 작성일 18-08-28 23:58본문
“♬한번만 안아볼 것을 이토록 후회할 거면
가지마라 잡아볼 것을 미련이 남지 않도록 ~♬"
‘낼은 못 와, 잘 지내고들 있어’
고구마가 담긴 머그잔 속에 물을 부어주었다. 난 화분에도 물을 조금 나눠주었다. 그 옆 장식용 숯에서 자라는 소나무에게 물을 주려 가까이 다가가니 아무래도 이상하다. 만져보니 가짜다. 솔방울도 마찬가지다.
건널목 앞에 서면 자꾸 눈물이 나려한다. 그 누가 자꾸 생각나 그런다.
집에 오면 늘 그 사람 얼굴이 보인다. 컴퓨터 왼쪽에는 그 사람의 시디가 항상 놓여있고 쟈켓 사진이 눈에 바로 들어온다.
난 늘 그 사람을 그렇게만 본다. 하루 4시간씩 같은 공기를 마시면서도 난 늘 그 사람을 그렇게만 본다.
오전 1:02분 그때까지도 그 사람이 나를 보고 있다.
‘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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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7일 월요일
mp3를 챙겼다.
이어폰을 꼽았다.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빈 가슴 안을 바에는
두려움 없이 사랑을 하자 사랑을 하자 ~♬"
연습실은 늘 그대로다. 그 사람이 앉는 책상 의자가 나와 있는 거와 마이크가 노래방 책자 위에 올려져 있는 거, 그리고 캔 음료 한두 개가 비어져 있는 거, 슬리퍼가 조금 삐뚤어져 있는 거, 그리곤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어디를 다녀왔나요 묻지 않을게요
사랑한다 하루에 한번씩 전화를 해준다면 ~♬"
오늘은 쿠션이 소파 등 쪽에 있지 않고 팔걸이 쪽에 가로로 놓여있다. 녹음듣기를 눌러놓고 소파에 가 누웠다. 겨자색 쿠션을 머리에 배고 그동안 몇 번 누울 때는 편히 눕지 못하고 몸도 맘도 절반만 누웠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노래는 혼자서 몇 번인가를 반복해서 돌아가고 눈을 뜨니 30여분이 흘렀다. 몸도 맘도 한결 가볍다. 창밖을 보았다. 어디에서도 그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다.
“♬나는 알아요 나는 알아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란 걸 ~♬"
책상 위, 왼쪽 조그만 책꽂이에는 사진이 들어있는 비닐봉투가 있다. 언젠가부터 꺼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조심히 꺼내보니 역시 그 사람 사진이다. 사진관에서 부러 찍은 사진인 듯하다. 그 중 제일 괜찮아 보이는 것으로 한 장 빼놓고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그 사람이 웃고 있다. 그 사람을 본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작은 책꽂이 위에 놓여있는 신문도 펼쳐보았다. 그 사람의 사진과 함께 인터뷰 내용들이 실려있다. H회사 말고도 계열사가 3개며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란 내용도 들어있다.
“♬이별이란 말은 말아요
나 그대에게 잘해주지 못했지만 ~♬"
이젠 벽에 걸린 닭 부부의 사랑싸움에도 관심이 없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도 예전 같지 않다.
“♬사랑한다 말하면 무엇해 믿지도 못하면서
열번 백번 사랑한다 하지만 마음은 그게 아닌 걸 ~♬"
머그잔 속에 담긴 고구마에 종이컵에 담긴 물을 부어주고 새 물을 따라 놓았다.
기다리는 전화는 오늘도 오지 않는다.
“♬사랑한다 말하면 무엇해 믿지도 못하면서
열번 백번 사랑한다 하지만 행동은 그게 아닌 걸 ~♬"
책상 위에 흩어져 있는 책들을 한곳에 모아두고 햇살에 비치는 먼지들을 닦아냈다.
-보던 사진은 뒷면이 위로 올라오게 해서 메모지 위에 두었다.
손수건의 한쪽을 다 쓰고도 뒤집어서 다시 다 쓰고 하니 겨우 닦아진다.
선풍기의 전원을 끄고 날개 뒤쪽의 모터가 들어있는 부분을 만져보니 뜨끈뜨끈하다.
건널목은 늘 가슴 짠하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들 생각에 그래서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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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9일 수요일
어제부터 발바닥 앞쪽과 엄지발가락이 심하게 아프다.
걷기가 쉽지 않다. 자고 일어나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 마찬가지다. 그래도 오늘은 연습실에
가야한다. 책상 위에 사진이 어찌하고 있나도 궁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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