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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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61회 작성일 24-01-07 19:25본문
주문진 2
어물전 가판대마다 홍게가 층층이 탑을 쌓았다.
어귀부터 달라붙는 시선을 뒤로하고 순례를 시작한다
아낙들은 공양이라도 올리듯
홍게 위에 바닷물을 끼얹는다.
어느 탑에 마음이 머물러야 소원이 이루어질까?
이 탑, 저 탑 기웃거리며 손을 모아도
한곳에 마음이 가지지 않는다
홍게는 더 비워야 한다는 듯
가부좌 틀고 앉아 묵상 중이다
이따금 씩 아낙이 끼얹는 물바가지에 소스라치지만
그마저 즐기고 있음인가 말갛게 웃고 앉았다
한 옥타브 높아진 아낙의 목소리가 옷깃을 잡는다
아낙은 쌓아진 탑 위에 한 단 더 쌓으며
건네는 눈빛이 사뭇 장난스럽다
여기서는 탑 허무는 것이 보시라 탑 하나 허물어 비닐봉지에 담는다
은밀하게 얹어진 한 마리 때문인지
비닐봉지에 담긴 탑의 무게가 묵직하다
저 아낙 하루에 몇 개의 탑을 쌓고 허물어야 입을 다물까?
아낙은 탑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탑을 쌓는다
지은 죄만큼 붉어지는 홍게
탑으로 쌓였어도 피할 수 없는 업보
잠시 잠깐 다녀온 화탕 지옥에 대한 소회를 붉어진 낯빛으로 대신한다
제 살 보시함으로써 윤회를 꿈꾸었으나
한 번도 전생을 이야기하는 게를 본 적 없다
댓글목록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새해 더 견강하시고 좋은 글 쓰시길 바랍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용인에 있을 때 주문진 자주 갔었는데
왜 오징어만 눈에 들어오고
맛있는 홍게는 떠오르지 않았는지
윤회를 꾸었을 홍게를 떠 올리며
찰지게 잘 읽었습니다
김진수 시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옥필하세요 절 사뿐이
쿵,
김용두님의 댓글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몆년 전 저도 홍게철에 주문진 어시장에 갔다 왔습니다.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시 또한 일품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앞으로도 좋은 시 기대합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