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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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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03회 작성일 24-03-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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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물과별 2024 봄호 기획특집


스베이거스를 떠나며


김부회


악상樂想의 낡은 음계를 조바꿈하다 잘 못 누른 건반

그 불협화음에서부터 의 음정은 흔들렸을 거야

정박을 잊어버린 어둠을 모방하고 있던 새벽

알람보다 먼저 깬 알람에게 헛 주먹질하는 내 이불속으로 털썩

햇살 한 줌이 들어온 거야

사막의 도시에 무료하게 떠 있는 것에 지쳤는지

나처럼 메릴 스트리프와 이별을 했는지

눈 시뻘겋게 타는 녀석과 나는 침대 모서리에서 삐질 거리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 로버트 레드포드의 눈빛 파란

아프리카로 가기로 했지

트루 트루 트레인 One way ticket을 입술에 물었지

우린 양손에 짐이 많았거든

태양은 소금기둥이 된 도시의 모래를

나는 메릴 스트리프가 벗어던진 블라우스와 하이힐을 들고

돌진하는 누 떼와 악어 떼를 지나

포식이 플라멩코 춤추는 강을 건너 바오밥 나무 아래

배부른 사자가 하품하는 그곳에,

서슬 퍼렜던 품속의 단검

체념을 둘러쓴 내 가면을 힘껏 던져버릴 거야

 

그래길고 길었던 선잠에서 깨어 이제 잠을 잘 거야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을 들려줘

아련한 아다지오 선율클라리넷의 낮은음들 메아리치는 계곡의 플랫폼에서

쥐고 왔던 편도 승차권 말이야

나를 흉내 냈던 그 날어머니 곁으로

돌아가는 데크레셴도 악보에 온통

플랫을 그려 넣을 거야

 

 

영화 Out of Africa OST 



로필 엘레지


김부회

 

그럴듯한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으며

각종 문학상에 시집도 여러 권을 냈다

긴 파마머리에 광발 죽이는 피부더욱이

시황후라는 닉에 팜므파탈 한 자태

프사에서 풀 냄새가 났다

별빛 왕자와 달빛 공주이태백과 두보방인환과 이소월 등이

처음 갖는 정모의 날

누구랄 것 없이 나온 말

누구신지?’

별다른 말 없이 무료한 시간을 질겅거리다

그거 이십 년 전 사진입니다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암묵적 동의가 이십 년 전을 소환해

프로필에 올려 두었는지

황금 송아지 한 마리쯤은 키웠다는 

왕년들이 쏟아져 나온다

푸성귀의 과거만 푸짐하게 끓는 국밥집에서

뒤집어 털 것 하나 없는 나는 애꿎은

공깃밥만 하나 더 추가,

어서 빨리 이 무모한 대본에서 나와

집으로 가야 하는데 하면서도비스듬히 올려놓은

뚝배기 속

다 식어 빠진 내 프로필을

최선을 다해 퍼먹었다 


썸니아*


김부회


손끝을 떠난 돌멩이가 호수로 날아가는 포물선

찰나의 한 점은 파문의 중심에서 점점 바깥이 되고 만다

언제부터인가 내게서 나를 찾을 때마다 바람 빠지는 소릴 들었다


허파 속 헤모글로빈의 수평을 맞추지 못하는 심장에서

헤매고 헤매다 돌아오게 되는 꿈속은 늘 또 다른 계단

층층 밟으며 내려가거나 올라가거나 하는 인썸니아와 나는 꿈의 중심이다


중심은 또 밖으로 밀려 나간다

한 점의 파문은 점점 밀려나 동심원의 바깥이 된다


행성과 행성의 얽힌 궤도에서 떨어져 버린

운석 한 점에서 파생된 생명은 신을 만든 날로부터 바닥이 된다


죽음을 알아버린 인간의 두려움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절대자와 맺은 약속을 수없이 부수곤 한다


벽이 아닌 것을 벽이라 하고 티끌 한 점을 목숨이라 우기는

그 모든 거짓의 시작과 동시에

종결어미가 알을 품는다


"날카로운 면도날은 밟고 가기 어렵나니"**


그것은 궤도의 밖을 빙빙 돌기만 하는 카이퍼 벨트***

얼음 유령들반쪽짜리 가면을 둘러 쓴 채 절대온도의 주인이 된 듯 멈춘 듯

행동하듯


삶이 불면이라 해도 그 경계 너머로 보일 듯 말 듯 작은 돌멩이 하나

제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내 꿈속의 명왕성 하나가


불면증

** 우사니 파드에 나오는 말

*** 해왕성 바깥쪽에서 태양계 주위를 도는 작은 천체들의 집합체명왕성도 여기에 속해있다



 


김부회

 

앞산이 먼 산보다 일찍 저무는 날

뒷모습만 보이는 눈 밖으로

갈 사람이 간다

 

무성하다만 자작나무 숲

고백을 다 떨구어 낸 나뭇가지 사이

갓 나온 금성이 눈높이를 맞춘다

 

거슬러 간다는 것은 내일을 잴 수 없어 지금을 버리는 일

흔적을 지우며 떠나는 사막의 바람과 같은

 

무시로 화엄을 파고드는 꿈속에서

한때와 어느 때가 양립한 채

그 나름의 기울기를 저울질하는 날

확신의 미혹 위에 놓아두었던 바람은 무게를 잃었다

 

짐짓,

허공만 응시하다 가는 사람들 

등의 냉기에 익숙해져야 하는 저기 저 길의 가장자리에

들국화 송이들을

아무렇게나 흔드는 보리원의 들바람

 

이 무렵은 라임을 어디에도 걸쳐놓지 않고그저

오는 듯 가는 듯 

툭툭내일을 셈해보는 오늘 


허공보다 포만한 것은 없다



구본 탈출기


김부회 


바람이 바람을 촘촘하게 읽었다

히잡*을 두른 여인이 히잡을 두른 여인에게 히잡을 두른 이유를 묻듯

 

모르핀에서 버섯처럼 구름이 돋았다

구름을 삼켰다

히잡이 U F 0처럼 날아갔다

공중의 뒤꿈치가 눈에 밟혔다

아무도 명제를 요구하지 않는 날이 시작이거나 반복이거나

더 정확하게 어느 무슬림의 일몰 기도와 같은

돗자리노을한 번 더 남은 라카아트**


-도대체 하루라는 것은

 

둥근 원에 그어놓은 휜 직선 한 줄

-눈에 보이는 별의 나이가 지금 나이라고 생각해?  

점은 직선이야팽창하고 돌고 뻗고 다시 수축할 때까지

바다로 솟구치려는 제트기 조종사의 허술한 착시

 

모르핀이 총알처럼 피부에 박히면

누군가 내 귀속에다 지령을 내리곤 했지

 

엄마,

.

 

수평 낙하 중

 

*여성 무슬림이 외출할 때 머리와 목을 가리기 위해 쓰는 베일 

**무슬림 예배의 기본 단위



[시인의 말]


시는 엄격하게 말해서 언술 행위가 아니다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시학에서 말하듯 양념을 친 언어를 곳곳에 배치해 하나의 연결된 사건을 모방하여 그 감정의 정화(카타르시스)를 이루어 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하나의 현상에 대하여 같은 눈높이를 갖고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준과 가치관을 융합하여 현상이 존재하게 된 이유와 배경을 보는 눈을 시인의 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같은 음정과 같은 박자의 노래를 해도 해석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학습에 의해 전혀 다른 노래가 되는 것과 같은 편곡의 이치를 적용하면 타당할 것이다최근 현대 시의 경향은 전통적인 서정시의 근간을 바탕으로 언어적 형상화에 너무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이른바 이미지즘이라고 하는 것에서 출발하게 되면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장점은 사고의 유연화와 확장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며단점은 조합할 수 없는 수사의 남발로 인하여 주제의 실종을 초래한다는 것이다연극은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지만 시는 독자와 소통하는 것이다중요한 것은 소통이다좋은 시는 소통과 울림이 깊은 작품이다혼자만의 독백이나 4차원의 언어적 희언들이 난무하게 되면 시는 생명력을 잃게 된다풍경 너머 배경을 보는 눈을 갖기 위해 부단히 공부하고 생각하고 성찰해야 비로소 한 편의 좋은 시가 탄생한다는 생각으로 시를 쓰고 싶을 뿐이다. (김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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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시인님
이 좋은 시를 매일 하나씩 올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한꺼번에 모두 읽자니 숨이 가빠와서.ㅎ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그래야 하는데....
에구구..송구합니다. 감사하구요..다음부터.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시구요..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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