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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최정희, 「정적일순」 중에서 (낭독 문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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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084회 작성일 15-07-11 05:37

본문





“ 실존의 도끼날 위에 엎어진 사람들이 있다.
고통스러운가? 고통스럽다.
외로운가? 외롭다.
두려운가? 두렵다.
비명을 삼키면서도 도망칠 수가 없다. 삶으로부터… ”

최정희, 「정적일순」 중에서
눈이 부시면 눈물이 더 잘 괴는 눈을 양 손등으로 비벼가며 노파는 손수레의 거동을 살폈다. 손수레는 어느 집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 만에 짐짝을 잔뜩 싣고 손수레는 내려가던 길을 되돌아왔다.
「어저께두 그렇게 한 모양이지. 오늘 하루를 또 저렇게 할 모양이구나. 내일두 모레두..」
노파는 유리문을 닫아버린 다음 아래층으로 내려달렸다. 어제저녁에 옮겨놓은 것들을 모두 한군데 갖다 감춰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실의 것을 올려왔다. 이층의 것을 내려왔다. 건넌방 옷방 찬방 며느리의 양복장 속의 달걀까지도 옮겨다 놓았다. 여러 군데 갈라두고 마음을 쓰느니보다 한군데 두는 편이 애가 덜 쓰일 것 같았다.
어디다 두어야 마음이 놓일지 생각하다가 본래 두었던 곁방에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손쉽게 다룰 수 있고 그 녀석이 와서 가져가게 되는 때 쉽게 알아챌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다시 곰곰이 생각하던 끝에,
「한군데다 몰아두었다가 몽땅 가져가버리면 그만 아니냐. 이층에 올려다 놓는 게 낫겠다. 아래층보다 이층이 훨씬 든든하다. 아래층을 거쳐야 이층에 올라가니 말이다.」
곁방에 한데 몰아넣어 두었던 것을 다시 이층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다 옮겨놓고 저녁거리를 이층에 올라가 떠가지고 내려오다가 노파는 다리가 아파서 신음소리를 마구 쳤다. (중략)
공포의 밤이 아무 일 없이 다시 밝았다. 이튿날 아침 노파는 층층대를 기어 올라갔다. 아침 쌀을 뜨러 간 김에 아주 언덕길 저쪽의 기색을 살피기로 했다.
유리문을 열지 않았다. 문이 열리면 사람이 있는 걸 일깨워준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 집 앞에 트럭이 서 있다. 어디 가나보다. 시원하긴 하나 아주 가면 혼자 어쩌나 하는 마음이 노파를 엄습했다.
무서우면서도 그녀석이 있거니 하면 한편 든든하기도 했는데 노파는 유리문을 열고 그쪽을 살폈다.

▶ 작가_ 최정희 – 소설가. 1912년 함경북도 단천에서 태어나, 부모 몰래 친구와 함께 기차를 타고 상경. 숙명여고보를 거쳐 중앙보육학교에 다니던 중 일본으로 건너가서 몇 년 동안 유치원 보모로 일했다. 귀국 후 『삼천리』사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소설을 쓰게 됨. 동란 때 책상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글을 쓰게 된 것이 평생 엎드려서 글 쓰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화투광이다. 펴낸 책으로 『천맥』『인간사』『녹색의 문』『찬란한 대낮』』등이 있음.

▶ 낭독_ 문형주 – 배우. 연극「맘모스 해동」, 「칼리큘라」, 「당통의 죽음」 등에 출연.

▶ 출전_『강물의 끝』(문학사상사)
▶ 음악_ piano classics n225 중에서
▶ 애니메이션_ 이지오
▶ 프로듀서_ 양연식

배달하며

때는 1.4 후퇴 동란의 한가운데, 모두가 피난을 떠나고 텅 비어 있는 마을, 노파는 혼자 집을 지키고 있다. 번듯하게 지은 전망 좋은 집에는,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덮을 것도 그대로 있지만, 전쟁보다 더 무서운 건 외로움이다. 어느 날 아랫동네에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안도한 것도 잠시, 노파는 그가 도둑으로 변해 자기 집으로 쳐들어올까봐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텅 빈 동네,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양식을 빼앗길까봐 두려움에 쫓기며, 쌀자루를 더 깊은 곳에 감춰두기 위해 아래위층으로 숨차게 오르내리는 노파의 모습은, 전쟁보다 외로움보다 더 앞서는 것이 호구(糊口)라는 것을 말해준다. 거꾸로 유추해보면 인간은 먹을 양식만 앞에 두면, 혼자라는 두려움, 죽음의 공포도 그다지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닐까.

문학집배원 서영은


[문장배달을 시작하며]

산에 오르는 심마니 같은 마음가짐으로

모든 책은 그 수백 페이지의 글 속에 아름답고, 의미심장하고, 새겨 볼 만한 보석 같은 문장들을 도처에 감추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마치 모든 산이 곳곳의 계곡이나 바위틈으로 흘러내리는 맑은 샘을 감추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산을 오르는 사람의 취향, 마음가짐, 안목에 따라, 그 발길이 멈추고 찾아내는 샘의 위치는 당연히 다를 수 있고, 쪽박으로 퍼 올리는 물맛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소설가 서영은
나는 어린 시절부터 발로 세상을 두루 돌아다녀 보는 것을 꿈꾸었고, 창문만 빼고 사면이 천장까지 책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입술이 새파래지도록 책을 읽으면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어 왔다. 이 두 가지 꿈은 서로 상반된 것 같지만, 인생은 모순을 품는 신비를 지니고 있어, 지금은 여행도 다녀 볼 만큼 다녀 보고, 방 두 개가 책으로 꽉 찬 집에서 살고 있다.

서가에 가득 꽂혀 있는 시, 소설, 철학, 예술, 역사, 인문사회, 신학 등 온갖 종류의 책들은 나를 작가로 이끈 흔적으로서 밑줄이 그어진 오래된 책들이 대부분이지만 ― 사놓고 미처 읽지 못한 신간들도 다수 있어, 이번 문장배달을 계기로 다시 산에 오르는 심마니 같은 마음가짐이 되어 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숨겨진 산삼 같은 문장이 설사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 해도, 산이 지닌 전체성의 일부분일 뿐이다. 때문에 원고지 두세 매 분량의 해설은 샘으로부터 가능하면 먼데서 산의 전모를 더듬어 보는 얘기가 될 것이다.

– 2015. 7. 1 서영은 -







퍼온 곳 :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학나눔(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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