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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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2건 조회 2,252회 작성일 15-08-22 09:28본문
사진 8579笠 (삿갓님)
글 마음자리
* 삿갓님이 오셔서 안부 남기시면서 허수아비 사진 올려두셨길래, 예전에 써둔 동화 한 편,
'허수아비 전설' 붙여서 올려보고 싶었습니다.
<허수아비 전설>
벼이삭이 머리를 숙인 황금빛 들녘에 여러 무리의 참새 떼가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놀고 있었습니다.
“펑~!!”
“짹짹! 아이구 깜짝이야! 짹짹!”
뱅갈로바머(새를 오지 못하게 하는 전자 허수아비)에서 폭음이 울리자, 깜짝 놀란 참새 떼들이 안전한
허수아비 둘레로 가득 모여들었습니다.
“여기는 안전한 곳이니까 마음껏 먹고 놀자~”
더러 배가 불러 허수아비 팔이나 모자 위에 앉아 놀고있는 참새들을 빼고는 다들 잘 익은 벼를 따먹기에
바빴습니다. 그 광경을 보고 씁쓸한 웃음을 짓고있는 허수아비는 아랑곳도 없이......
“애들아~ 그러면 안 된단다. 허수아비 곁에서 그러면 안돼~”
먹기에 바쁘던 참새들이 그 말을 듣고 먹기를 멈추고 둘러보니, 그 말을 한 참새는 머리가 하얗게 쇤
할머니 참새였습니다.
“할머니, 왜요? 여기는 안전한 곳이잖아요.”
“저 소리를 내는 기계는 사실 아무 것도 아니란다. 우리가 겁먹기를 바라면서 그저 소리만 요란하게 낼뿐이지.”
“그럼...허수아비 곁에서는 왜 그러면 안 되요? 허수아비는 아무 소리도 안내니 더 좋잖아요.”
할머니 참새가 사랑스런 눈길로 어린 참새들을 바라보다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래...그렇지. 허수아비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지. 그렇지만 허수아비에게는 우리가 함부로 곁에서 놀아서는
안 되는 전설이 있단다. 그 전설을 들어볼래?”
주변에서 놀고있던 참새들이 곁으로 몰려들자 할머니 참새는 곁에 있던 허수아비의 팔 위로 날아올랐습니다.
“미안해요. 잠시 옛이야기 해주고 내려갈게요. 괜찮죠?”
허수아비 얼굴에 엷은 미소가 피어올랐습니다.
옛날에 아주 먼 옛날에 허수와 허수아비가 살고 있었단다.
허수아비는 그런데 한쪽 다리가 없는 불구자였지. 허수가 어릴 적에 마을로 쳐들어온 왜구와 용감히 싸우다가
그만 한쪽 다리를 잃고 말았어. 그때 허수애미도 죽고 말았지.
한쪽다리 밖에 없으면서도 허수아비는 허수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며 허수를 키웠단다.
다행히 허수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빨리 자라 나이 열 다섯이 되었을 때는 장정 서 너 명의 일도 혼자 거뜬히
할 수 있을 만큼 힘도 세고, 게다가 부지런하기까지 했지.
물론 아비에 대한 효심 또한 얼마나 지극한지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였단다.
“여기는 우리 허수 논이다~~~”
허수가 부지런히 일을 한 대가로 논을 장만한 날, 허수 등에 업힌 허수아비의 기쁨에 찬 목소리가 밤이
이슥하도록 온 동네에 메아리를 쳤단다.
농사는 여러 해 동안 풍년이 들었고 허수와 허수아비는 열심히 일한 대가로 더욱 잘 살게 되었지.
그러던 어느 해 가을, 가을걷이를 앞두고 왜구가 또 침입을 해왔단다. 어미의 원수를 갚아야한다며 허수도
왜구토벌에 자진해서 나갔지. 어미의 원수들이고 홀로 남은 한쪽다리 아비에게 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힘이 센 허수는 앞장서서 열심히 싸웠고 싸울 때마다 이겼단다.
용감히 싸우고 싸우면 늘 이기니 허수는 드디어 장군이 되었고, 허수장군만 나타나면 왜구들은 도망치기에 바빴지.
드디어 왜구들을 다 물리치고 허수는 장군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왔단다. 고향 산등성이를 넘은 허수장군은
저 멀리 자신의 논에 밀짚모자를 쓰고 한쪽다리로 선 채 두 팔을 벌리고 서있는 아비를 발견하였지. 얼마나 반가웠겠니.
아버지~~ 허수가 돌아왔어요~~
말을 몰아 한 달음에 달려 내려왔지.
그러나 아비 곁으로 달려온 허수는 놀라고 말았단다. 아비가 서있던 자리에 있는 것은 그렇게 보고 싶던 아비가 아니라
짚으로 만든 아비를 닮은 인형이었으니 놀랄 수밖에......
엉엉 목놓아 울고 있는 허수 곁으로 다가온 동네 사람들이 허수를 달래며 그렇게 된 사연을 들려주었지.
허수가 왜구를 토벌하러 떠난 후, 허수아비는 날마다 허수의 논으로 나가서 참새 떼들을 쫓아냈다.
“이 무심한 놈들아~ 우리 허수가 얼마나 애를 쓰며 한 농사인데 금수도 양심이 있거늘 그걸 훔쳐먹다니~~”
아들이 피땀 흘려 일한 논이니 어찌 한 톨의 곡식이라도 안 아까울까. 이리 껑충, 저리 껑충 한쪽다리 허수아비는
열심히 참새들을 쫓아내었다.
그때, 허수장군에게 쫓긴 왜구들이 그 마을로 들이닥쳤고, 마을 사람들은 산으로 계곡으로 모두 피신을 했지만,
허수아비는 참새 떼를 쫓느라 그만 때를 놓치고 말았을 뿐만 아니라, 논을 함부로 밟으며 도망치는 왜구들이
허수의 논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겠다고 왜구들과 싸우다가 그만 왜구의 칼에 찔려 죽고 말았다.
허수아비의 기색에 질린 왜구들은 그 논은 밟지 않고 달아났고, 왜구들이 물러가고 난 후 마을로 내려온 동네 사람들이
허수아비의 뜻을 기려 허수아비를 닮은 인형을 허수의 논에 세워두었다.
그 후, 우리 참새들은 허수아비 인형이 지키고 있는 논에서는 곡식을 먹지 않았단다.
허수아비의 마음을 알고서야 어찌 그 곡식을 먹을 수가 있었겠니?
새들 중에 가장 사람 곁에 사는 우리들이니 우리라고 왜 양심이 없었겠니.
할머니 참새의 이야기가 끝나자 허수아비의 밀짚모자 위에 앉았던 참새가 얼른 논바닥으로 내려왔습니다.
팔 위에 앉았던 참새들도 얼른 따라서 내려왔습니다.
“애들아~ 우리 뱅글로바머에게 도전해보자~”
참새 떼들이 우루루 뱅글로바머가 설치된 논으로 날아가자, 제일 어린 참새도 눈을 질끈 감고 귀를 꼭 막고는
따라 날아갔습니다.
“그냥 내 팔에 앉아 있으시우~”
할머니 참새가 팔에서 내려갈 채비를 하자 허수아비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할머니 참새가 허수아비의 팔에서 꼬박꼬박 졸고 있는 오후의 논에는 허수아비의 그림자가 곡식들 위로 길게 드러누웠습니다.
댓글목록
사노라면.님의 댓글
사노라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무 슬퍼요
실제 이야긴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요
실제 이야기 인가요?
허수아비 그렇게 부르면 안될것 같습니다
허수 아부지 그렇게 불러야 겠습니다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노라면 슬퍼마세요. 지어낸 이야기랍니다.
어릴 때 제가 영화나 연속극 보며 너무 심각해하면
형과 누나들이 '지어낸 이야기다, 너무 슬퍼마라..' 해주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약해지는 아버지와 아들간의 정을 여운 남는 동화로 쓰고 싶었습니다.
8579笠.님의 댓글
8579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하
그렇군요 허수아비의 전설이..
허수와 그의아비의 애뜻한 이야기가 담겨있는줄이야
우리민족은 예나 지금이나 너무 시련이 많은것이 단점이죠
너무 순박하것인지 ㅉㅉ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많은 시련 이겨내고 지켜낸 우리 나라와 민족이라
더 자랑스럽습니다.
사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kgs7158님의 댓글
kgs715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설 따라 삼천리,,,,,,.
귀한글 고맙습니다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릴 때 라디오로 듣던 '전설따라 삼천리' 좋아했었어요.
밤 시간, 잠 올 떄 쯤이라 자장가처럼 들으며 잠들곤 했었습니다.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은 참새들이 그렇게 극성을 안 부리는것 같습니다
차타고 지나 보면 허수 아비 서 있는 풍경이 없는것 같습니다
참새들이 못 오게 하는 약 이라도 쳤을가요~!?
아니면 다른곳에서도 먹이를 구할수 있을까요~
어릴때 시골친구들 참새 쫒는 일이 지겹도록 했을것 같습니다
애국심도 일으키고 허수 가족의 애달픈 사연도 가슴을 울리고,,,
멋진 글입니다
늘 좋은날 되시고 건강 하시어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드물게 보이는 허수아비도 요즘은 세련된 옷들을 입고있어
예전에 보던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는 더 보기 힘들겠지요.
운이 떠난 소식 보고 댓글 남기고 왔더니 물가에님 올려주신
음악에 그 아픔이 증폭되네요.
아...절절하다...
저별은☆님의 댓글
저별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수아비 전설 동화속에 애틋함이 가슴깊이 닥아옵니다
그래서 허수아비는 한발로 서있는가 봅니다
요즘에는 반짝 반짝 긴 줄들이 햇빛에 빙그르르 돌아가는
이색적인 참새 쫒는 장치를 하였던데요 ㅎ
늘 주시는 맛갈나고 즐거운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
마음자리님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별은님,
위에 올려놓으신 운이 보내신 글 보며, 우리들 주변에 우리와 함께 사는
천사들이 여전히 계시는구나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가까이 살고 계셨다면 달려가 손이라도 꼭 잡아드리고 싶었습니다,
산그리고江님의 댓글
산그리고江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수아비
우리 말 '아비' '어미' 라는 낮은말 같지만
편안하고 정겨운 말이기도 한것같습니다
슬픈듯한 이약기가 진실성이 잇어 보입니다
실제 왜구한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을것 입니다
좋은글 가슴 찡 하게 읽었습니다
싱글밤님의 댓글
싱글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수 아버님의 전설
잘보고 배웠습니다.
충남 공주 정안면에 허수아비 축제가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