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왜 몰랐을까
아버지가 똥물을 먹는 걸 본 적이 있다. 아마도
아버지가 지금의 내 나이보다 오히려 젊은 때였을 것이다.
그 무렵의 아버지는 원인 불명의 속병이 들어
신산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디서 똥물을 먹어야 한다고 들었는지 어쨌는지,
아버지는 재래식 변소에서 퍼온 똥물을 하룻밤
놔두셨다가 위에 뜬 물을 눈 감고 단숨에 마셨다.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핏발 선 아버지의
눈에 찡 하니 서리던 이상한 광채를 잊을 수 없다.
어떤 햇빛 밝은 날.
아버지와 나는 툇마루에 두어 자 떨어져 앉은 채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엄지와
검지손가락이 슬그머니 아버지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무엇인가 입 안에서 찾는 듯 뽑는 듯
손을 움직이다가 미간을 툭 찌푸렸다.
아버지의 손가락에 들려나온 것은 뿌리가 썩은 어금니였다.
"글쎄, 이게 쑥, 빠지는 구나."
아버지는 겸연쩍은 듯 말했다.
내 시선에서 고개를 모로 돌리면서 어험,
하고 헛기침을 날리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버지는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병이 깊었을 때, 아버지는 자주 언필칭 '배운동'을 했다.
양 허리짬에 손을 짚고 배를 한껏 당겼다
풀어놨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병마에 시달려 아버지는 꼬챙이처럼 말라 있었다.
배를 힘껏 당기는 순간이면 갈비뼈가 있는데로
모두 위로 솟아 올라왔다. 아버지는 때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배 운동을 했다.
아, 그때의 아버지 갈비뼈들과 땀방울과 깊은 눈이 잊히지 않는다.
너 땜이야, 라고 아버진 속으로 말씀하셨을까.
너 때문에 좀더 내가 살아야 한다고, 좀더 살고 싶다고,
아버지는 소리치고 싶었을 것이다.
아버지 돌아가신 지 벌써 십 수년,
날이 갈수록 아버지의 그런 저런 모습이 더욱더
선연해진다. 바보같이, 나는 아버지가 잔인하고
흉포한 시간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누구의 아버지가 아니라,
사회 속의 한 시민으로가 아니라,
원초적 인간으로 아버지가 짐져야 했던 고독하고 눈물겨운
그 싸움을 나는 왜 이제야 만나고 있는가.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는 것도 그렇다.
통절하게 가슴아픈 건, 당신들이 이땅에 남아 있지
않을 때 비로소 자식들이 당신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박범신(소설가, 명지대 교수)
<html 제작 김현피터>
♬ 가을을 남기고간 사랑 / 노래 패티김 ♬
가을을 남기고 떠난사랑
겨울은 아직 멀리있는데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의 눈물은
향기로운 꿈이었나
당신의 눈물이 생각날때
기억에 남아있는 꿈들이
눈을 감으면 수많은 별이되어
어두운 밤하늘에 흘러가리
아 그대곁에 잠들고 싶어라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눈물로 쓰여진 그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사랑 꽃이 되고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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