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 품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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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74회 작성일 18-11-06 13:35본문
안주 품평회 /추영탑
술로 뭉치는 날이면 술맛보다 쓴 안주들이 많이 나온다
오늘도 그 품평회 날이었는데
너도 나도 세상살이에서 당한 크고 작은 불만들은 있어서
싸들고 온 불평들이 도랑을 이루며 흘러간다
마누라에게 당한 일, 자식에게 속상했던 일,
그야말로 술상은 각종 안주들로 그들먹하게 차려졌는데
수사기관에서 받은 불신을 일회용 가스레인지에 올려 불을 붙이는
베테랑 수사관 출신 배O호씨
사기대출에 억울한 피해자가 되었다며
나무젓가락으로 수채화를 그려놓고 콕콕 찌르며 “개OO들!”
눈을 부라리는 정O원씨,
한 번 애인은 백년 애인일 줄 알았는데, 애인이 변심을 했다고
찔끔거리는 오O진씨,
듣고 보니 모두들 일미는 있다마는
나라고 가지고 간 안주가 왜 없겠는가?
우선 보따리를 풀어 끄집어 내놓은 안주를 술상위에
진설해 볼작시면
‘박아무개’의 아들을 ‘김 거시기’라고 명문의 불기소이유서에
작성해, 멀쩡한 사람을 二父之子로 만들어 버리며
“이건 진실이다” 라고 코미디를 할 줄 아는 사람,
수많은 증거가 이유인데
이유 없다고, 나에게 술보다 쓰고 안주보다
더 고린 패배감을 안겨준 걸출한 검사 나으리가 돋보인다
그 검사 나으리를 나는 꺼내서 상위에 올려놓고 한 국자씩 퍼서
접시에 골고루 나누어 준다
어! 그 안주 정말 맛있네! 맛있어!! 좌중의 감탄이 튀어나온다 ,
그래도 그는 xx OO청에서는 검사가 분명한데 여기서는
술잔에 가라앉은 술찌꺼기 한 톨만도 못하다
벽에 싸 놓은 파리똥의 검은 실루엣만도 못하다
“그런 유명한 검사를 만나서 참 좋겠수!” 누군가 덕담을 술잔에
부어 건네준다 “그 검사 옆에 있으면 술맛 나겠다!”
술 몇 잔 돌리는 동안 이 안주는 씹을만하였다 마른 오징어 맛에
기름에 튀긴 돼지 가죽만큼이나 쫄깃거렸다
모두들 들고 온 안주에 대한 심사평을 하였는데, 내 이름이
불리어지자 나는 깜짝 놀랐다
내 생전에 처음으로 경찰이나 검찰에 고소, 고발이라는 것을
해보았는데, 이런 유명한 검사를 만나 오늘 안주 품평회에서
우승의 영광을 안게 되었으니 어찌 놀랍지 않겠는가?
그런데 말씀이야, 부상으로 술 석 잔을 받게 되었는데, 어랍쇼!
술맛이 왜 이리 겁나게 쓰다냐?! 꼭 二父之子 맛이네!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주중에 침 튀어나가도록 하는 안주가 남 이야기 아닐까요
그 안주중에 맛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식이 넘치면 유식해지고, 유식이 부족할수록 더 유식해 집니다.
이부지자는 이부자리가 궤도를 벗어날 때 삐져나온 발가락의 자식이
아닐는지...
그래도 검사는 법을 주름 잡는 스팀 다리미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임기정 시인님. *^^